라팔마의 존 F. 케네디 고등학교에 마련된 셸터 주차장에서 일부 주민이 밤을 새울 준비를 하고 있다.
24일 정오, 애너하임 지역 사바나 고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임시 셸터 입구는 삼엄하게 통제되고 있었다.
이곳은 가든그로브 지역 항공부품 제조시설인 GKN 에어로스페이스 화학물질 저장 탱크 사고 지점에서 북쪽으로 약 6마일 떨어진 곳이다.
체육관 안에는 대피 주민 수백 명을 위한 간이침대가 빼곡히 놓여 있었고, 관계자들은 출입 명단을 확인하며 주민들의 이동을 안내했다.
마이크 리스터 애너하임 시 공보관은 “이미 어젯밤부터 이곳을 비롯한 인근 4개 셸터가 모두 수용 인원을 초과해 더는 주민들을 받을 수 없는 상태”라며 “이곳도 정원은 250명인데 벌써 300명을 넘어섰다. 대피령이 확대되면서 더 많은 주민이 몰려들고 있어 당국과 적십자사 등이 추가 셸터 설치 장소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사바나 고등학교 입구에는 한국어와 영어 등으로 셸터 수용 현황 등을 알리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적십자사 자원봉사자인 스테파니 베넷은 “현재 동물보호소 직원들도 나와 반려동물을 함께 돌보고 있다”며 “조금 전 인근 로스아미고스 고등학교에 마련된 셸터도 수용 인원이 다 차 더는 주민을 받을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사바나 고등학교에서 서쪽으로 약 4마일 떨어진 존 F. 케네디 고등학교에도 셸터가 마련됐지만, 수용 인원을 넘어서면서 일부 대피 주민들은 차 안에 머물며 밤을 지새우는 모습이었다.
뒤늦게 대피한 신디는 이날 셸터에 들어가지 못한 채 딸과 아들을 데리고 존 F. 케네디 고등학교 주차장에서 밤을 보냈다.
신디는 “일단 급한 대로 담요와 옷 몇 벌, 반려동물만 데리고 나왔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주차장에 머물고 있다”며 “갑자기 집에서 나오는 바람에 너무 지친 상태인데, 새로운 셸터가 마련되면 빨리 그곳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존 F. 케네디 고등학교를 비롯한 각 셸터에는 지역 식당 업주와 푸드트럭 운영자들이 나와 대피 주민들에게 생수와 음식을 나눠줬다.
셸터에서 밤을 지새운 존 스프링턴(50·가든그로브)은 “자원봉사자들이 친절하게 도와주고 있어 큰 어려움은 없지만 아무래도 잠자리나 샤워 등이 불편한 상태”라며 “사태가 더 커지지 않고 조속히 마무리돼 집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피령은 지난밤 사이 급박하게 이뤄졌다. 뉴스 등을 통해 사태를 지켜보던 주민들에게 당국은 가가호호 방문해 대피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김성준(52·가든그로브)씨는 “셰리프가 와서 대피령이 내려질 수도 있다며 인근 대피소 정보를 알려주고, 비상 연락망 확보를 위해 휴대전화 번호를 받아갔다”며 “일단 어떻게 될지 몰라 중요한 물품과 서류 등을 챙겨 가족들과 함께 풀러턴에 있는 친척 집으로 대피한 상태”라고 말했다.
가든그로브, 사이프리스, 부에나파크 등은 한인들도 다수 거주하는 지역이다. 대피령이 내려진 지역은 가든그로브와 부에나파크 한인 상권을 빗겨갔지만, 상당수 한인 업소를 포함하고 있다.
가든그로브 지역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한인 상권 복판에는 대피령이 내려지지 않았지만, 두세 블록 떨어진 곳이 이미 통제된 상태라 아무래도 손님이 뜸하고 타격이 있다”며 “만약 사태가 커지면 대피 명령이 내려질 지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생각에 업주들도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모리얼 데이 연휴를 맞아 여행을 취소한 사례도 있다. 최경화(47·사이프리스)씨는 “메모리얼 연휴에 라스베이거스 여행을 준비했는데, 사태가 커질 것 같아 모든 여행 일정을 취소했다”며 “상황이 심각해지면 친척 집으로 가려고 짐을 싸둔 상태”라고 말했다.